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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김장 김치, 구수한 청국장, 짭조름한 젓갈 등 곰삭은 음식들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이런 음식들에는 어머니의 정성과 가족의 추억이 담겨 있어 더욱 그리운 겨울의 맛이 됩니다. 곰삭아서 맛있고 추억이 있어 위로가 되는 겨울 밥상을 만나봅니다.
엄마 같은 언니가 지키는 곰삭은 밥상
경북 영덕군 병곡면 금곡리에 사는 김위자 씨(61세) 부부의 집에서는 겨울을 맞아 김장 준비가 한창입니다. 산간마을이지만 바닷가와 가까워 날생선을 넣은 특별한 김장 김치를 담급니다. 예전에는 눈이 많이 와서 고립되기 일쑤였던 마을에서 김치 속 생선 한 토막은 귀한 별미였습니다.
김위자 씨는 여름에 따서 잘 삭힌 깻잎으로 깻잎김치를 만듭니다. 이 김치에는 맏이로서 동생들을 위해 희생했던 그녀의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해 동생들의 학비를 대주었던 기억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맛도 인생도 곰삭아서 구수한 어머니의 밥상
강원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는 콩 농사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이곳 어머니들의 겨울맞이는 콩을 수확해 메주를 쑤고 청국장을 담그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힘에 부치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콩의 강인함과 닮아있습니다.
메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베 보자기는 어머니들이 직접 짠 것으로, 밤새워 삼베를 짜 자식들을 공부시켰던 강인한 삶을 대변합니다. 청국장 찌개에 양미리를 넣고, 가자미로 식해를 담그는 등 값싼 생선으로도 자식들에게 영양을 주려 했던 어머니들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잘 삭혀서 제맛인 아내의 밥상
전남 신안군 임자면 전장포에 사는 주인수 씨(80세) 부부에게 새우젓은 곧 삶 그 자체입니다. 55년간 이곳에서 살며 새우젓을 만들어온 부부에게 곰삭은 젓갈 하나하나는 지나온 세월의 기록입니다.
임자도의 또 다른 명물인 건민어로 끓이는 탕에는 1년 이상 삭힌 육젓을 넣어 감칠맛을 더합니다. 이 요리를 할 때면 시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배운 갈치속젓으로 만든 어간장으로 황석어 조림을 해주는데, 이는 남편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음식입니다.
이처럼 곰삭은 음식에는 가족의 사랑과 추억, 그리고 삶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이 음식들은 단순한 맛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줍니다.